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시인 인터뷰

Story/효성




안녕하세요, My Friend 효성입니다. 마음이 조금은 춥고 시린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효성블로그 가족 여러분은 마음 든든하게 잘 지내실 거라고 믿어요 ^^ 여러분의 온기를 조금 더 덥히고자 진행한 인터뷰, 얼마 전 <눈사람 여관>으로 돌아온 이병률 시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병률 시인은 여행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으로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들려주는 여행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함께 들어 보실까요? 





Q. 오랜만에 새로운 시집이 나왔습니다, 출판사 달의 대표이기도 해서 책 만드는 일도 하시면서 바쁘셨을 것 같은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A. 책 내는 일은 우리 달 출판사 스탭들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요.(웃음) 요즘은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시집 내고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고, 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기간이기도 하고요. 시집 나오고 해야할 일들이 분명 있지만 그러면서도 조용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시기에요. 새로운 시집이 나왔지만 시인이 시를 쓰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인에게는 일상이죠. 누군가 올해의 중요한 일 세 가지를 꼽아보라고 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시집 낸 것은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최근에는 용기가 많이 나서 TV 출연 빼고는 다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강연도 하고 있고요. 또 그걸 빌미로 지방 강연인 경우 슬쩍 여행도 다녀오고 그런 식이에요. 즐기고 있죠. 



Q. 최근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씀하셨는데, 시인으로서 독자들이 시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A. 독자들이 시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죠. 필요가 없어서 관심이 없는 건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어요. 몸에 배인 습관도 아니고 결정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계기를 만드는 것조차 힘든 시대가 되기도 했고요. 새로운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고 하물며 맛있는 것도 많으니까요. 지불하지 않아도 느끼고 즐기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만약 시를 좀 읽고 싶은데, 시에 대한 결핍이 분명 있긴 한데 접근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시인을 한 열 명쯤 뽑아서 친해져보자 하고 덤벼들면 어떨까요. 열 명  중 한 시인의 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을까요? 마음에 드는 시인이 있다면 그 사람의 시집을 다 따라서 읽어 보는 거예요. 그럼 시인에 대한 궁금함이 생기고 왜 이런 시를 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면서 한 시인을 자신한테 맞춰보는 겁니다. 또 그런 시도들은 다시 무언가를 읽게 하는 자극이나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Q. 최근 강연을 하시면서 독자와 문학 간의 그런 접점 역할을 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A. 강연을 다니면서 제 문학에 대해 좀 더 알아주십사 하는 것은 사실 없어요. 다니다 보니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의지할 데 없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런 곳에서 편하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눈빛을 마주치는 일들.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좀 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그 시기에 그렇게 받은 것들도 분명 많으니까요. 한 시기나 계절의 무엇, 단어 하나나 작가의 글 한 줄 같은 것 말이에요. 한 시기를 견디게 했던 몇몇 영화들도 그랬죠.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그것의 온도가 아무리 약한 것이라 해도 그런 것들이 저는 참 좋다는 생각을 해요. 많은 분들의 손을 잡아드릴 수는 없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또 강연을 다니다 보면 책으로만 읽던 사람이 앞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밌어 하고 신기해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액션들이 아름답고 좋게도 느껴집니다. 





Q. 말씀대로 요즘 젊은 층들은 방황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A. 사실 직장인들이 바쁜 거나 여유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단은 인정하고 들어가야지요. 다만 제가 좀 아쉽다 못해 아프게도 느끼는 것은 그렇게들 멋있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몰개성이에요. 개성 없고 자기 색이 없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선명한 테이스트가 있어야 삶이 좀 더 풍요롭지 않을까 생각해요. 좋아하는 힘, 그 개성이 반동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추진력도 생길 텐데 말이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가 얼마나 귀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모르는 것도 같아요. 그렇다면 뭐가 중요한 걸까요? 



Q.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이 선생님의 자유스러운 삶을 부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A.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죄송하지요. 늘 자기 것만 챙기면서 산 사람 같잖아요. (웃음) 제가 이렇게 사는 그 이면에 얼마나 힘든 시간이 있었는지는 사람들이 잘 모르죠. 저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여행을 다녀야 했어요. 싫어하는 시간에 나를 투자하고 그 시간이 경제력을 만드는 거죠. 이를 악물고 개구리가 점프하듯, 스스로 이런 시간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해요. 길고 긴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필요한 일들에 모든 걸 쏟아 부었을 때 그 시간이 마침내 선물들을 안겨주는 거죠. 그리고 그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저는 항상 그렇게 자문하기도 했어요. 나는 과연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구요.   



<이병률 시인이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Q. 인터뷰 요청을 드린 후 일본에 다녀오셨는데 이번 여행은 어떠셨나요?


A. 일본 큐슈 쪽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큐슈의 숲이 되게 좋더라고요. 봄에 큐슈의 숲을 많이 본 적이 있었는데 가을의 숲은 어떤가 보고 싶었고 또 제주에서 수출한 올레길이 있어서 다녀보고도 싶었고요. 숲이 정말 울창한데 고목들이 무척 많았어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큰 나무들이요. 숲의 역사가 천 년, 만 년이 지난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어요. 대나무숲도 무척 좋았고요. 요즘은 이상하게 대나무 숲에 들어가면 설레더라구요. 


일본 온천은 석식과 조식을 포함해서 만 엔을 훌쩍 넘는 곳들이 많은데 큐슈에서는 동네에 있는 동네 목욕탕이 300 엔, 400 엔이에요. 온천 마을에 동네 목욕탕이 있으면 온천 목욕탕인 거죠. 그런 곳을 다니면, 뭐랄까 돈을 벌면서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그 동네에 사는 사람 흉내를 내는 거잖아요. 그런 게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죠. 이번 여행에서는 3일 북큐슈 패스를 끊어서 이용했는데 7천 엔이면 싼 편이죠.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 역에나 내려서 산책도 다니고 큰 마트가 있으면 들어가서 물건도 구경하고 성냥을 사기도 했어요. 





Q. 또 최근 국내 여행도 많이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국내 여행지 중 주말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있을까요?


A. 굴업도라는 섬이 있어요.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에 내려서 또 한 시간 반 동안 배를 타고 가면 갈 수 있는 곳이에요. 사람이 엎드려서 일하는 것 같은 모양의 섬이라 굴업도라고 하는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에요.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고 노루가 뛰어놀고 있어요. 내가 이만큼 가면 그들은 이만큼 물러서고, 억새도 무척 아름답고요.


또 가서 놀랐던 건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많은 거였어요. 넓은 초원지대에 그렇게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그 숲길 사이사이에 혼자 텐트를 치고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아마 안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그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듣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등등 있겠지요.(웃음) 


사실 그런 여행은 외롭고 그 외로움은 두려울 텐데, 처음이든 두 번째이든 그런 시도를 한다는 것이 반가웠어요. 자신한테 말 걸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무래도 시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섬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스스로 섬이 되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경험을 서너 번 하고 나면 뭐라도 할 것 같아요. 사랑도 잘하고 혼자 뭘 해도 잘할 것 같고, 다른 일에 휩쓸리지도 않을 것 같고... 굴업도에서 그런 여행자들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품었어요. 




<이병률 시인이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Q. 그런 여행 경험들은 일상에 대한 큰 환기도 되겠지만, 또 내면이 자라거나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A. 단단해지죠. 아무래도. 사실 다 외롭잖아요. 그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거죠. 요즘 사람들은 사실 외로움을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게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모른 채로 외로워만 하고 있고 그 시간을 멍하니 네모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거죠.


외로움을 잘 바라보면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결핍을 가지고 있는 지 볼 수 있어요. 한참을 들여다보면요. 



Q. 외로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 될 수 있겠네요.


A. 네, 정말요. 감히 말하건대 20대에 혼자 떠나는 긴 여행을 하지 않으면 30대를 맞고 보내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해요. 20대 때 혼자 떠나는, 긴 여행은 인생의 보험 같은 거라고 봐요. 



<이병률 시인이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Q. 아까 말씀하신 그런 여행을 가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라는 책이 있어요. 독일 작가의 소설인데 내용은 두 사람이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잘못 주고받게 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고 감정을 맺게 되는 내용이에요. 만나요, 만나지 말아요 하며 이야기가 흘러가요.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이 책은 외로운 사람이 읽으면 허전한 속을 꽉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Q. 비슷한 맥락에서 국내, 국외 여행의 차이가 있을까요? 여행은 항상 좋다고 생각하지만, 장점 안에서 다름을 찾아보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세계는 여행자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어디든지 여행을 온 여행자에게는 아, 저 사람 여행자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을의 차원, 개인의 차원에서 저 사람을 맞이해야겠다, 혹은 말을 시켜봐야지 하는 호기심 같은 것들이라도 준비돼 있죠. 이런 게 여행 인프라일 수 있어요. 세상에는 여행자를 위한 자리와 배려가 풍부하게 널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지금 온통 여행 중이거든요. 그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감각 안에 속한 여행의 감각, 그런 것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의 경우, 여행의 감각은 부족하고 무디죠. 우리 내부의 경우, 여행의 감각은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성하다는 기분 들어요. 삶과 여행이, 여행과 삶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도 많이들 못하면서 사는 것도 같구요. 좋은 풍경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여행일 텐데 불편하고 불친절하고 집 생각나게 하고... 이런데도 이 여행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버스를 타고 경상도와 전라도 여행을 다니면서 든 생각입니다. 그런 느낌 있잖아요.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더라도 여행자니까 반겨주는 느낌, 여행 중에 우리 식당에 왔으니 반갑고 고마운 마음 같은 것들 말이에요. 집을 나와 여행자가 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가져가야 하는 사람들인데 세상이 그런 그들의 기대를 꺾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병률 시인이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



Q. 여행가 이병률을 끝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좋은 기운 속에서 좋은 게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요. 왜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풀고 나를 느슨하게 해놓은 상태에서 스윽하며 잡히는 것, 훅 질감 같은 것들이 느껴지잖아요. 뭔가 나에게 스윽하고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구요.  만약 내가 꽉 막혀 있거나 닫혀 있다면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휴식은 꼭 필요하죠. 나를 느슨하게 놓고 있다가 이제 많이 쉬었지 할 때는 긴장으로 나를 조이게도 하는 힘, 그게 쉼이고 휴식의 기능이겠지요. 


저는 글을 쓰다 보니, 탈탈 털어 쓰고 나면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소진했으니 뭔가 다른 걸 담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그걸 찾으러 떠나는 것이죠. 만약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늘 백전백승할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체질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것일 텐데 저에겐 그것이 여행 가서 글 쓰고 생각하고 하는 거란 걸 찾은 거죠. 먹지 않아도 배부른 풍요로움 같은 게 여행 안에는 분명 있습니다. 계속해서 충전 받는 느낌, 가득 차는 느낌이 따라오니까요.  

 




Q. 강연을 다니며 젊은 세대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아픈 일, 상처받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번번이 깨지더라도 상처가 나더라도 가끔은 그냥 두는 거죠. 사랑이든, 일이든, 맷집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택적으로 맷집을 만들어야죠. 많이 아파 본 사람이 남의 마음도 잘 헤아리고, 잘 듣고 그래요. 아파 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니,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외롭지 않게 인생을 보낼 수 있죠. 외로움, 아픔을 멀리하지 않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률 시인과의 인터뷰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 아닐까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아팠던 경험을 타인을 위로하는 힘으로 승화시키는, 소통의 대가다운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가지고 있는 위로의 힘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My friend 효성은 더욱 훈훈한 인터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벤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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